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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아인슈타인의 연구실 벽에 세 사람의 초상이 걸려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모두 영국인인데 아이작 뉴턴, 마이클 패러데이,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등이 그 주인공이다.     아인슈타인은 굳이 물리학의 시대구분을 한다면 맥스웰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우리는 지금 전자기 현상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므로 꼭 알아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소개한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1831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듣고 자라더니 겨우 25세의 나이에 최연소 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맥스웰의 선배 격인 마이클 패러데이도 전기와 자기와의 상호 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수학적으로 정확히 계산해 내지 못했는데 갑자기 맥스웰이란 수학 천재가 나타나서 전자기학을 수식을 사용해서 말끔히 정리해 놓자 개인적으로 편지를 보내 그 공적을 치하했다는 일화도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전기와 자기는 서로 다른 두 영역이었는데 맥스웰은 두 가지를 통일하여 전자기의 기초를 마련했다.     영국의 BBC 방송사에서는 21세기를 맞아 인류 과학사에 지대한 업적을 남긴 100명을 뽑았는데 1위는 뉴턴, 2위는 아인슈타인, 그리고 3위에 맥스웰이 올랐을 정도였다. 그의 업적 중 또 하나가 더 있다면 컬러 사진을 발명한 일이다.   사실 자력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알려진 현상이었고, 전기 역시 두 물체가 마찰하면 발생하는 정전기 현상을 통해 기원전에 이미 그리스 철학자 입에 오르내렸다. 그런데 이 두 힘이 상호 작용한다는 사실이 19세기가 되어서야 밝혀졌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태어나던 해에 덴마크의 한스 외르스테드라는 물리학자는 전기가 흐를 때 곁에 있던 나침반의 바늘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전기와 자기의 상호 관계에 관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전기와 자기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여러 실험을 통해 인류 최초로 전자석을 만들기도 했다. 그 후 영국의 마이클 패러데이는 전자석 실험을 반복해서 결국 전자기 유도 현상을 규명했다.     이렇게 마이클 패러데이와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에 의해서 시작된 전자기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최근 대세로 굳어진 양자역학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론물리학자였던 맥스웰은 그동안 발표되었던 전기와 자기 이론을 뭉뚱그려 소위 맥스웰 방정식으로 불리는 몇 가지 공식으로 정리했다. 또한, 전자기파의 존재를 처음으로 추측했는데 나중에 하인리히 헤르츠의 실험으로 밝혀졌고 그 공로로 헤르츠는 지금 주파수의 단위로 쓰인다. 그뿐만 아니라 빛도 전자기파의 일종이므로 전자기파는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마이클 클러크 맥스웰의 이름을 말할 때 중간에 클러크를 꼭 집어넣는 이유가 있다. 변호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원래 존 클러크라는 이름이었는데 그 지방 부자였던 맥스웰 집안에서 넓은 땅을 주는 조건으로 자기 가문의 성을 사용할 것을 제안해서 맥스웰이란 새 성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그의 아들도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태어났고 그렇게 해서 맥스웰 가문은 대대손손 그 이름을 빛내게 되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제임스 클러크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가문 마이클 클러크

2024-04-2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거리 단위

이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 돈다. 그런 빛이 우주의 한쪽 끝에서 다른 끝까지 가는데 약 930억 년 걸린다고 한다. 우주는 지금도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어서 관측 가능한 경계 바깥에서 떠난 빛은 우리에게 도착할 수 없다. 계산 결과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지름은 약 930억 광년이라고 한다. 오히려 영원이라든가 무한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지구상에서 거리를 계산할 경우 km라는 단위를 사용하면 편리하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320km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까지는 약 38만 5천km 정도 된다. 지구에서 태양까지는 약 1억 5천만km인데 엄청나게 멀다는 것은 알지만, 너무 큰 숫자라 쉽게 상상이 안 된다.     그래서 지구에서 태양까지를 1AU(astronomical unit 천문단위)라고 정해서 태양계 안에서 행성까지의 거리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참고로 태양에서 해왕성까지는 약 30AU인데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의 30배나 멀리 떨어진 곳에 해왕성이 있다는 말이다. 태양계의 최외곽에 존재한다는 카이퍼 벨트까지는 30~50AU이고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언저리에 있는 오르트 구름까지는 2천~5만AU라고 추측한다.   태양은 별이며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가 은하수 은하다. 은하수에는 약 4천억 개나 되는 태양과 같은 별이 바글거리는데 태양과 가장 가깝게 이웃한 별이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다. 우리 태양은 홑별, 즉 별 하나가 여러 행성을 가지고 태양계를 이루고 있지만, 센타우루스는 별 셋이 모여서 하나의 항성계를 이룬다. 거기서는 하늘에 태양이 세 개다.     우리 은하에는 홑별이 가장 많지만, 별 둘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쌍성계도 흔하다. 센타우루스자리의 3중성은 우리와 너무 멀어서 지구에는 그저 하나의 별로 보인다. 빛이 태양을 떠나 제일 가까운 이웃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가는데 4년 3개월이 걸리므로 간단히 4.25광년 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먼 경우 km나 천문단위를 사용하지 않고 광년, 즉 빛이 일 년 동안 여행하는 거리를 쓰면 편하다. 빛은 1초에 30만km를 가니까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는 30만km x 60초 x 60분 x 24시간 x 365일 x 4.25년을 하면 km로 답이 나온다. 태양에서 거문고자리의 직녀성까지 26광년이고, 태양에서 북극성까지는 약 430광년쯤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직녀성까지 가는 데 26년 걸리고 북극성까지 도달하는 데는 약 430년 걸린다는 말이다. 설사 빛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우주선으로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먼 거리다. 그런데 빛의 속도에 근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구는 태양을 1년에 한 번 공전하기 때문에 6개월 후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정확히 반대 방향에 위치하게 되므로 하지와 동지 사이에 변한 그 별까지의 각도를 알면 삼각형의 원리를 이용해서 태양으로부터 그 별까지의 거리가 나온다.     이때 그 사잇각이 1도의 1,800분의 1일 때 구해지는 거리를 1파섹이라고 잡는다. 그렇게 하면 빛이 약 3년 3개월 정도 가는 거리가 1파섹이 된다. 별이나 은하끼리의 거리를 말할 때 우리 일반인들은 대체로 광년을 사용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오히려 파섹이란 거리 단위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거리 거리 단위 태양 표면 우리 태양

2024-04-1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이중 슬릿 실험

어려운 말 같아 보이지만, 무엇을 두 곳의 좁은 틈 사이로 통과시켜서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려는 실험을 뜻한다. 하지만 이 간단한 실험 때문에 인류 역사에 이름이 남은 뉴턴은 체면을 구겼다.     17세기가 될 때까지 우리는 물체를 떨어뜨리면 그 무게 때문에 당연히 땅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공중에 들고 있던 사과를 놓으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누구도 왜 땅으로 떨어지는지 의심해 보지 않았다. 사과가 하늘 위로 솟구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자연의 진리였다.     그런데 인류 역사상 최초로 그런 현상에 의심을 품고 왜 그런지 궁금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아이작 뉴턴이다.     뉴턴은 질량을 가진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질량이 클수록, 그리고 두 물체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당기는 힘은 강하다고 했다. 뉴턴은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고 위대한 뉴턴의 말에 시비를 거는 것 자체가 과학자이기를 포기한 행위였다. 뉴턴은 빛에 관해서도 연구를 많이 했는데 그는 빛이 입자의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대과학자 뉴턴이 빛은 입자라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따라야 하는데 토머스 영이라는 신출내기 과학자 한 사람이 빛은 파동이라고 토를 달았다.     당시 상황으로 봐서는 당연히 과학계에서 퇴출당할 줄 알았는데 그의 이중 슬릿 실험으로 빛은 입자가 아니라 파동이라고 교과서를 다시 쓰게 될 판이었다.   만약 빛이 입자였다면 두 틈 사이를 지날 때, 그러니까 이중 슬릿을 통과하려면 두 슬릿 중 한 곳만을 통과해야 하는데 입자라고 굳게 믿었던 빛은 두 군데 틈을 동시에 지난 후 간섭 효과를 보였다. 간섭은 파동에서만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뉴턴이 말씀하셨다고 해도 문제였다.     그 후 더욱 정교한 실험을 통해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는 이중성이 밝혀졌다. 하지만 입자설과 파동설은 같이 공존할 수 없는 이론이기 때문에 당시 물리학계의 일대 사건이었다.     이상한 것은 우리가 관찰하는 순간에 그 상태가 바뀐다는 것이다. 마치 피 관찰 물체가 외부에서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상태를 바꾸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양자역학의 세계다. 측정된 정보에 의해서 정확한 예측을 하던 고전물리학자들은 이런 신비스러운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고 아예 받아드리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늘의 달은 우리가 쳐다보든 보지 않든 항상 떠 있는 천체다. 하지만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하늘의 달도 관찰자인 우리가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존재할 뿐 항상 있는 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오죽했으면 아인슈타인이, "그렇다면 우리가 관찰하기 전에는 하늘에 달이 없다는 말이냐?"고 역정을 냈다는 일화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양자역학의 근간인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서 이 세상 모든 것은 절대적이지 않고 확률로 존재하는 것이다.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 같은 토머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 때문에 빛의 이중성이 밝혀지고 결국, 양자역학이란 거대한 문이 열렸다. 빛은 입자의 성질도 갖지만 동시에 파동의 성질도 갖는데 이를 빛의 이중성이라고 한다.     토머스 영의 간단한 이중 슬릿 실험으로 철통 같은 뉴턴의 벽을 넘어 양자역학이 시작되었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슬릿 실험 실험 때문 이중 슬릿 인류 역사상

2024-04-12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솔베이 회의

에르네스트 솔베이는 벨기에의 화학자이자 세계적인 화학 소재 전문 기업인 솔베이사를 세운 사업가였다. 식음료, 치약이나 비누를 만들 때 쓰는 수산화나트륨은 소금물을 전기 분해하거나 암모니아 소다법이라는 두 가지 공법으로 만들 수 있다. 수산화나트륨은 가성소다라고도 하지만, 우리말로는 양잿물이라고 하는데 에르네스트 솔베이는 그 중 두 번째 방법으로 수산화나트륨을 만들어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솔베이 학회를 창설하고 전 세계 물리학자와 화학자를 초청하여 3년마다 회의를 열었다. 가장 최근에 제29차 솔베이 회의가 2023년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열렸다.   1911년에 시작된 모임은 1927년 제5차 솔베이 회의 때 그 정점을 찍었다. 제5차 솔베이 회의의 주제는 전자와 광자였는데 여기서 양자역학이 시작되었다.     이때 초청된 29명의 학자 중 17명이 노벨상을 받았지만, 홍일점이던 마리 퀴리 여사가 물리학과 화학 양쪽에서 상을 탄 까닭에 노벨상은 총 18번 나왔다. 유사 이래 그렇게 많은 석학이 한 자리에 모인 적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던 모임이었다.   최고령자는 1902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74세의 헨드릭 로렌츠였고 가장 나이가 적은 사람은 193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25세의 폴 디랙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찍은 유명한 사진 속에 당시 전성기였던 48세의 아인슈타인이 앞줄 한가운데 앉았고 그 옆에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마리 퀴리가 자리했다. 맨 뒷줄에는 고양이 상자 실험으로 유명한 슈뢰딩거와 불확정성의 원리에 빛나는 하이젠베르크가 서 있다.   이 회의에서 고전물리학을 대표하는 아인슈타인과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학파를 이끈 닐스 보어가 서로 날 선 경쟁을 벌였지만, 달도 차면 기운다더니 세계 과학의 판도는 아인슈타인을 버리고 닐스 보어가 주장한 양자역학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세가 기울자 아인슈타인은 준비를 단단히 하고 3년 후를 기약했지만 결국 양자역학에 밀리고 말았다.     1930년에 열린 제6차 솔베이 회의 때 아인슈타인은 자기를 찾아온 젊은 가톨릭 신부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바로 빅뱅 이론을 주창한 조르주 르메트르였다. 아인슈타인은 르메트르의 이론을 듣자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정적인 우주를 생각했지만, 그 당시 태동한 빅뱅 이론은 우주는 정적이 아니라 팽창한다는 것이었다.     몇 년 후 에드윈 허블이 팽창하는 우주를 증명해 내자 자신이 틀린 것을 인정한 아인슈타인은 르메트르의 이론이 훌륭하다고 인정했는데 두 사람은 끝내 어정쩡한 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모든 자연현상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고전물리학자들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양자역학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미시세계는 정확하게 측정하거나 예측할 수 없고 그저 확률로만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하며 화를 냈다. 과학은 100%이어야 하는데 원자 주위에 전자가 존재할 확률이 90% 되는 곳이 전자의 위치라는 말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하면서 대세는 완전히 기울었는데, 입자는 그 위치를 알면 운동량을 알 수 없고 운동량을 알면 위치를 알 수 없다는 이론으로 1932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이젠베르크 역시 제5차 솔베이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이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솔베이 회의 솔베이 회의 에르네스트 솔베이 솔베이 학회

2024-04-05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개밥바라기별

지난주 보이저호와 연락이 끊겼다고 말씀 드린 것은 2호가 아니고 1호다. 지난 5개월 동안 내장 컴퓨터의 이상으로 통신에 문제가 생겨서 영영 우주 미아가 된 줄 알았던 보이저 1호와 다시 교신이 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린다.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천체는 물론 태양이다. 그 다음은 달이고 세 번째로 밝은 천체가 바로 태양계 두 번째 행성인 금성인데 순 우리말로 개밥바라기별이라고 한다. 새벽 하늘에 보이는 금성은 계명성이라고도 부르고 초저녁 하늘에 보이는 금성은 태백성이라고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금성이 새벽에 보일 때는 샛별이라고 했고, 온종일 뛰놀던 강아지가 해 질 무렵 배가 고파서 밥을 기다릴 때 서쪽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보인다고 해서 개밥바라기별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굳이 따지자면 별도 아닌데 별의별 이름이 다 붙었다.   금성은 그 크기나 질량이 지구와 아주 비슷해서 지구와 쌍둥이 행성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자전 속도가 아주 느려서 지구가 117번 자전하는 동안 딱 한 번 자전한다. 다시 말해서 금성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약 4개월 걸린다.     자전 속도가 그렇게 느리다 보니 금성은 자전이 끝나기도 전에 한 번 공전하기 때문에 금성의 하루는 금성의 1년보다 더 길다. 게다가 금성의 자전 방향은 지구를 포함한 다른 행성과 달리 거꾸로이므로 금성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지며, 금성의 축은 지구의 지축이 기운 반대 방향으로 아주 조금 기울어져 있다.   196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금성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서 당시 구소련이 보낸 탐사선이 금성 표면이 섭씨 약 30°를 오르내릴 것으로 추측했으며 미국 과학자들도 그곳 기후가 플로리다 주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탐사선이 계속해서 보낸 정보에 따르면 금성의 표면 온도는 섭씨 500°에 이르고 기압이 너무 높고 폭풍이 심해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금성의 대기는 거의 이산화탄소여서 그로 인한 온실효과 때문에 그렇다.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만약 금성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을 지구 정도로 줄이면 온실효과는 그만큼 떨어질 것이고 표면 온도는 대략 섭씨 50°쯤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 정도면 우리 인간을 포함해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수준이지만, 표면 온도 말고도 해로운 방사선을 막아주는 자기장도 있어야 하고, 호흡 가능한 공기와 충분한 물도 필요하므로 인간이 이주하여 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초창기 우주 탐사는 구소련이 미국을 앞지르고 있었다. 금성도 구소련의 우주선이 먼저 도착했지만, 표면의 높은 기압과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바로 망가졌다. 결국, 13번째 도전한 탐사선이 금성 표면에서 두 시간을 버티며 컬러 사진을 지구로 보내고 생을 마쳤다. 금성은 낙원이 아니라 지옥이었다. 건질 것이 없어서인지 미국은 금성 탐사에 소극적이었는데 앞으로는 미국과 러시아가 공조해서 금성 탐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태양계의 여덟 행성 중 지구와 가장 가깝고 중력 등 물리적인 성질이 비슷한 금성이어서 미래 어느 날 금성의 지구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사라진 물을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지, 또 자기장을 강하게 하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칼 세이건에 의해서 테라포밍(행성의 지구화)이 제기된 적은 있지만, 현재 우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 아직은 요원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개밥바라기별 금성 표면 금성 탐사 금성 대기

2024-03-22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보이저호

지난 연말 보이저 2호와 교신이 끊어졌다는 비보를 들었다. 보이저 1호는 태양으로부터 약 240억km, 2호는 약 200억km 떨어진 곳을 날고 있다고 하는데 이 두 쌍둥이 탐사선은 1977년에 태양계 바깥쪽 행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발사되어 지금까지 47년을 쉬지 않고 나는 중이다. 인간이 만든 것 중 가장 멀리 간 물체다.   최근에 갑자기 생긴 이상을 바로잡느라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성공적으로 교체했다는 소식이 있고 나서 연락이 끊겼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도는 빛의 속도로도 보이저호의 현재 위치까지 가는 데 22시간이나 걸린다는데 만약 보이저호에 사람이 타고 있다면 지구에 있는 친구와 카톡이 오가는데 만 하루가 걸린다는 말이다. 이미 태양권 덮개를 지나 성간에 진입한 상태다.     성간이란 말 그대로 별과 별의 사이를 말한다. 지구가 속한 태양이란 별과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은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인데 보이저호는 그런 성간을 통과해서 약 2만 년 후에야 그 별에 도착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보이저호의 속도는 시속 6만km라고 한다. 우리 별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에는 센타우루스자리의 세 별을 포함해서 약 4천억 개의 별들이 모여 있다. 게다가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공간에는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나 있다고 한다.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펴도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 규모다. 우주에 존재하는 별의 총수는 지구를 덮고 있는 흙 알갱이보다 많다.   보이저호는 1977년 늦여름에 2호가 먼저, 그리고 보름 후에 1호가 발사되었다. 원래 목표는 4년 동안 목성과 토성을 관측하는 것이었으나 지금까지 47년을 날면서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등 태양계 바깥쪽 행성은 물론 이제는 태양을 떠나 은하 공간에 진입했다. 태양과 멀어지면서 태양열 이용이 점점 힘들어지자 동력을 아끼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서 수명을 늘리다 연락이 끊겼다. 우주 탐사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서 대체로 두 대의 탐사선을 거의 동시에 쏘아 올린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첫 번째 실패를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보이저 1호는 지구를 출발하여 약 61억km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서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 촬영을 했다. 수성과 화성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렇게 지구를 포함하여 태양계의 여섯 행성을 한꺼번에 촬영할 수 있었다.     아직은 태양계를 빠져나가지 않은 곳이지만, 지구는 보일 듯 말 듯 불과 한 점에 불과했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저마다 다른 공전 경사각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행성이 일직선 위에 정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매 170년에 한 번씩 대충이라도 그런 정렬을 함으로 보이저호는 그때 맞춰 발사되었고 운 좋게 태양계의 가족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1977년 당시 보이저호에 내장된 컴퓨터 메모리의 용량은 지금 우리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의 용량에 비해도 턱없이 적다. 그래서 영상을 아주 작게 조각 내서 조금씩 지구로 전송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보이저호에는 골든 레코드라는 지구 소개를 담은 LP 레코드가 실려있는데 우리 말 '안녕하세요?'를 비롯해서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이 녹음되어 있다. 외계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고등 생명체가 이해할 수 있도록 기호와 그림을 사용해서 지구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담았다고 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보이저호 현재 보이저호 당시 보이저호 태양계 바깥쪽

2024-03-15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론

고래로부터 우주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이 있었다. 그러다 현대적인 우주론은 에드윈 허블이 외부 은하를 발견하면서부터다. 그동안 우리는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가 곧 우주 전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허블이 윌슨산 천문대에서 관찰하던 성운 속의 별까지의 거리가 우리가 속한 은하의 범위보다 훨씬 먼 것에 착안하여 그것은 우리 은하 속의 성운이 아니라 우리 은하 바깥의 또 다른 은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외부 은하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엄청난 사건이었다.     허블은 한술 더 떠서 그런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관찰 결과도 발표했다. 그 얼마 전에 벨기에의 조르주 르메트르는 태초에 한 점에서 폭발로 시작한 우주, 소위 빅뱅 이론을 소개했는데 큰 폭발로 인해 생긴 우주 속 은하끼리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이론이다. 빅뱅 이론이 현대 천문학의 대세이기는 하지만 우주 규모의 사건을 재현해 볼 수도 없고 그 옛날의 일을 관찰할 수도 없어서 결국 이론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대세를 이루는 빅뱅 우주론에 따르면 태초에 부피는 없지만, 밀도가 무한대였던 어떤 점에서 원인 모를 폭발이 일어나서 지금까지 전역으로 퍼지는 중이다. 거기에는 중심도 없고 서로 더 먼 곳에 있는 은하끼리는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가속팽창을 한다고 한다. 우리 은하에서 지구가 속한 태양계 내부는 오히려 중력이 더 강하게 작용하지만, 그런 별의 집단인 은하로 눈을 돌리면 은하끼리는 서로 멀어진다는 말이다.     사실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는 국부은하군이라는 더 작은 은하 집단에 속하는데 은하수와 약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는 서로 멀어지기는커녕 서로의 중력에 끌려서 앞으로 40억 년 후에는 하나의 은하로 합쳐질 예정이다. 그러니 은하끼리 서로 멀어진다는 것은 우주 규모의 이야기다.     허블은 안드로메다 성운 속의 변광성을 이용해서 은하수부터 안드로메다까지의 거리가 약 90만 광년이란 계산을 했다. 그런데 은하수의 지름이 약 10만 광년이었다. 그동안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수 은하 안에 있는 성운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허블은 외부 은하의 존재를 처음으로 관찰하여 증명했다. 허블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은하가 붉은색인 것은 적색편이 현상 때문이므로 은하끼리는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는 허블 법칙을 발표했다.     아인슈타인은 처음부터 정적이고 영원한 우주를 상상했지만, 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수축해야 옳았다. 자신의 중력장방정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안 아인슈타인은 우주 상수라는 항목을 넣어 억지로 수축을 멈추게 했는데 몇 년 후에 허블이 팽창 우주를 증명하는 바람에 자신의 방정식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20세기가 끝나갈 때쯤 우주는 가속팽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관측을 통해서 확인되자 중력을 거스르는 어떤 척력이 존재할 것을 생각했다. 그러자 바로 아인슈타인이 포기한 우주 상수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아인슈타인은 자기의 실수라고 했지만, 어쩌면 그 힘이 바로 중력을 이기는 척력인 암흑에너지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우주론은 이제 우주의 70%를 이루는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려는 전야에 와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론 우리 은하수 집단인 은하로 은하수 은하

2024-03-0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E=mc²

1905년 당시 20대 중반이던 아인슈타인은 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 논문의 제목은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였지만 출판사에서 이 논문이 갈릴레이의 '상대성원리'를 재해석했다는 의미에서 상대성이론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상대적이란 말의 뜻은 어떤 경우 사실이 아닐 수도 있으므로 상대성이란 단어를 싫어했다고 한다. 나중에 누군가가 제안한 '불변성의 이론'이라고 불리기를 원했지만 결국 상대성이론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상대성이론이 출판된 직후 그는 새 논문 한 편을 제출했는데 거기에 나오는 공식이 바로 유명한 E=mc²이다. '에너지-질량 등가의 법칙'이다. E는 에너지(energy)를 말하고 m(mass)은 질량을 뜻한다. 즉, 에너지는 물질이 가지고 있는 질량과 비례한다는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에너지는 그 상태가 변할 뿐, 이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총량은 일정하다고 생각했다. 높은 곳에 있는 물은 위치에너지를 갖지만, 그 물이 낮은 곳으로 내려올 때 생긴 운동에너지가 터빈을 돌려 전기에너지를 얻는다. 수력 발전의 원리다.     과학이란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관찰하여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고 공식화할 수 있다. 그런 공식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인 바로 아인슈타인의 E=mc²다. 일반적으로 심오한 과학적 사실일수록 그 수식이 간단하다. 다음은 뉴턴의 만유인력의 공식이다.   F=G(m1‧m2/r²)   태양(m1)이 멀리 떨어진(r=둘 사이의 거리) 지구(m2)를 당기는 어마어마한 우주 현상이라기에는 너무나 간단한 공식이다. 그런데 이 공식과 생김새가 아주 비슷한 것이 있다.   F=k(q1‧q2/r²)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똑같다. 두 전하 입자(q1과 q2) 사이(r=둘 사이의 거리)에 발생하는 정전기의 힘을 구하는 쿨롱의 법칙인데 만유인력의 공식과 같이 생겼고 역시 단순명료하다.   5년 후 아인슈타인이 또 하나의 상대성이론을 발표하자 그동안 이름조차 없었던 그는 세계적인 명사가 되었다. 유명해진 그는 여러 나라에 초대받아 여행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당시 히틀러가 독일을 장악하고 전쟁 준비를 하는 바람에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때 아인슈타인을 괴롭힌 것은 E=mc²였다.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은 당연히 양전하를 갖는다. 그런데 핵을 전하가 같은 양성자로 때리면 서로 반발하여 튀길 것이고, 만약 음전하를 띈 전자를 쏘면 둘이 전기적으로 끌어당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하가 없는 중성자를 부딪치게 해서 핵을 깨뜨리면, 깨진 두 원자의 질량의 합이 깨지기 전 원자의 질량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원자의 미미한 질량 차이에 불과하지만, 거기에 c²(빛 속도의 제곱)이 곱해지게 되면 엄청난 E(에너지)가 생긴다는 사실을 안 아인슈타인은 당시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핵분열을 이용한 폭탄 제조 시도를 미국 대통령에게 알리면서 미국도 상응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mc²는 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식이며 원자폭탄의 원리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이 스물여섯 살에 고안한 이 공식은 현대 물리학의 초석이 되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그때 아인슈타인 질량 등가 질량 차이

2024-03-0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산소 대폭발 사건

인간은 물이 없으면 며칠 살지 못한다. 하지만 산소가 없으면 불과 몇 분 버티지 못한다. 하기야 물조차도 산소와 수소 화합물이다. 그러므로 산소는 인간이 존속할 수 있는 조건 중 가장 중요하다. 그런 산소지만 지구 초창기에는 대기에 산소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구에 갑자기 산소가 늘기 시작했는데 이를 대산화사건 혹은 산소 대폭발 사건이라고 부른다.   빅뱅으로 시작한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 정도 되는데 태양은 지금부터 46억 년 전에 생겼고 거의 같은 시기에 지구도 제 모습을 갖췄다. 처음에는 불덩어리처럼 뜨거웠을 지구가 식어가다가 최초의 생명체가 등장한 시기가 대체로 35억 년 전쯤이다. 그 기간에 지구에는 산소가 거의 없어서 산소 없이 대사하고 번식 가능한 생명체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지금부터 약 22억 년 전 지구의 바다에서 남세균이 광합성을 시작했다. 광합성이란 햇빛을 이용하여 물속의 수소, 그리고 공기 중의 탄소를 원료로 탄수화물을 만드는 공정인데, 산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물에서 광합성에 쓰일 재료인 수소가 분리되자 산소가 남게 되었다.     그 당시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는데 바닷속의 남세균이 광합성을 하자 그 부산물로 생긴 산소는 바다에 떠돌다가 나중에 포화상태가 되자 바다에서 빠져 나와서 육지에 있던 암석으로 스며들었고 여분의 산소가 공기 중에 남아 점차 산소의 농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산소는 독성이 강해서 오히려 그 당시 번성하던 많은 유기체가 멸절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산소를 이용하는 더욱 복잡한 생명체가 등장한 계기가 되었다.     한편 지구는 대기 중에 존재하던 메탄가스 때문에 온실 효과가 생겨서 생명체가 살기에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산소가 메탄과 반응하여 온실 효과가 사라지게 되자 대기의 온도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빙하기를 맞았다. 몇 번에 걸친 빙하기를 지나면서 지구상에는 더욱 복잡하고 발달한 생명체가 등장했다.   약 40억 년 전 지구에는 비록 미생물이기는 하지만 생명체가 번성했다. 물론 산소 없이 살 수 있던 박테리아 같은 것으로 추측한다. 그러다 바닷속의 남세균이 광합성을 시작하면서 다량의 산소가 만들어졌는데 당시 활발했던 화산 활동이 대기의 산소 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떨어트렸으며 오랜 세월 후에 산소 호흡을 하는 다세포 고등 동물이 나타났고 결국, 인류가 탄생했다.   행성이나 위성을 이주 목적으로 지구화시키는 것을 테라포밍이라고 한다. 특정한 천체를 지구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그 중 생명체가 숨을 쉴 수 있게 산소를 만들어야 한다. 녹조류를 먼저 이주시켜 광합성을 통해서 산소를 만드는 옛날 지구상에서 벌어졌던 산소 대발생 사건을 재현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 쓸 산소는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주 식민지 제1번 후보로 떠오른 화성의 대기는 거의 이산화탄소다. 화성 탐사 로버는 지구에서 가지고 간 장비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와 산소로 분리했고 그렇게 얻은 산소 원자로 우리가 숨 쉬는데 필요한 산소 분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지구는 처음에는 거의 없던 산소가 점차 늘어 지금 대기의 1/5이 산소인데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산소를 동물이 호흡할 때 사용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대폭발 산소 산소 대폭발 산소 호흡 산소 농도

2024-02-23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상전이 현상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연의 여러 다른 모습을 본다. 봄이 되면 계곡의 얼음이 녹으며 흘러내리고, 겨울에 추워지면 물은 다시 꽁꽁 얼어붙는다. 계절이 변하니 물이 얼고 녹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놓으면 하얀 수증기가 피어 오른다. 그런 현상을 당연하다는 듯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살았지만, 자연 과학의 발달로 그런 것에 전문적이고도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바로 상전이 현상이다. 쉽게 말해서 상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상이란 우리에게 보이는 자연의 모습이지만, 그 속에는 심오한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상전이란 쉽게 얘기해서 물이 얼음이 되거나 수증기로 변하는 현상이다. 물과 얼음, 그리고 수증기는 모양만 다를 뿐 물리적인 성질은 같다. 단지 온도에 변화를 주면 그 모양이 변한다. 상온에서는 마시는 액체 상태의 물이 날씨가 추워서 얼면 얼음이 되고 끓으면 수증기로 변한다. 물은 이런 세 가지 모습으로 그 모양이 변하는데 이것을 상전이라고 한다.   쉽게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상전이의 예를 들어본다. 소금이나 설탕이 물에 녹는 것을 용해라고 하고, 응고의 좋은 예는 상처에 난 피가 굳는 경우다. 기화는 물을 끓이면 수증기가 되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찬물이 담긴 유리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경우를 액화라고 한다. 드라이아이스가 공기 중에서 날아가는 현상은 승화이고, 그 반대 현상을 증착이라고 하는데 일상생활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요즈음은 먹을 것이 좋고 풍부하다 보니 과체중 문제로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고 음식물 열량에 관심이 많다. 열량의 많고 적음을 나타내는 데 칼로리라는 단위를 쓰는데 물리학에서는 1기압(대기압)에서 물 1g을 1°C 올리는데 들어가는 열량을 1cal라고 정했다. 그렇다면 0°C의 물 1g을 100°C로 끓여서 수증기로 기화시키는 데 100cal가 들어갈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약 640cal가 필요하다고 한다. 0°C인 물의 온도를 100°C까지 올리는 데는 딱 100cal가 필요하지만, 물에서 수증기로 모양을 바꾸는데, 과학적으로 표현해서 그렇게 상전이를 시키려면 따로 에너지가 더 필요한데 이것을 잠열이라고 한다. 물의 경우, 물이 기화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약 540cal이다. 기화는 꼭 끓는 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상온에서도 발생한다. 반대로 수증기가 물로 바뀔 때는 그만큼의 에너지를 내놓는다.     더우면 땀이 나는데 땀의 주성분은 물이다. 그 물이 기화할 때 상전이 현상에 의해 열이 필요하므로 우리 몸은 땀 1g을 기화시킬 때마다 약 540cal의 열을 내주며 체온을 유지한다. 무작정 눈, 코, 입이 붙어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몸은 세세한 것에도 이렇게 과학적으로 작동한다. 빅뱅 후 우주가 식어가는 동안 상전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 생긴 엄청난 에너지가 우주급팽창을 일으키게 한 힘이 아닌가 생각하는 학자도 있다. 이런 것을 이론물리학이라고 한다. 따로 실험해볼 수 없으므로 이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닌다. 원래 과학은 관찰하고 실험하여 결과를 내는 학문인데 그렇지 못하면 철학의 범주에 속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직도 빅뱅 이론이나 급팽창 이론은 그 용어 끝에 '이론'이란 호칭을 떼지 못하고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상전 현상 반대 현상 수증기로 모양 동안 상전이가

2024-02-1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자기 홀극

일상에서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생소한 용어다. 하지만 일단 그 속뜻을 알고 나면 아주 쉽게 이해가 간다. 자석은 한쪽이 N극이면 다른 쪽은 항상 S극이다. 길이가 한 뼘쯤 되는 막대자석을 반으로 자르면 짧은 자석 두 개가 된다. 그 두 자석 모두 한쪽은 N극이고 반대쪽은 S극이다. 계속해서 반으로 나눠도 항상 한쪽은 N극이고 다른 쪽은 S극이 된다. 심지어는 N극 끝에서 조금 떼어내도 그 조각의 반대쪽 끝은 여전히 S극이다.     하지만 전기는 그렇지 않다. 양성자는 +전하만을 띄고 전자는 -전하만을 갖는다. 전기는 +와 -가 각각 독립해서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마치 전기의 예처럼 자기 홀극이란 N극이든 S극이든 한쪽 극만 갖는 상상 속의 자석을 말한다.   1980년경 미국 MIT 공대 대학원생이던 앨런 구스는 왜 자석은 전기처럼 독립된 N극과 S극이 존재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빅뱅 직후 존재했던 자기 홀극이 왜 지금은 발견되지 않는지 알고 싶었다. 오랜 기간 연구를 거듭했지만, 그는 결국 자기 홀극을 발견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좀 뚱딴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빅뱅 후 우주가 급팽창하게 되어 공간이 엄청나게 커지자 자기 홀극 입자가 희석되어서 눈에 띄기 힘들다는 이론이다.     쉬운 예를 들어 어느 작은 연못에 물고기가 많아서 물 반, 물고기 반이란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 그 연못이 태평양만큼 커지자 그 많던 물고기가 다 어디로 갔는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앨런 구스가 우주 급팽창 이론을 처음으로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의 이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우주가 급팽창하는 바람에 자기 홀극이 희석되어 찾기 불가능하다니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빅뱅 후 우주 온도가 내려가면서 상전이 현상이 생기고 거기에서 발생한 엄청난 에너지가 우주를 급팽창시켰다는 이론이 탄력을 받자 그동안 빅뱅 이론의 문제점이던 우주 지평선 문제, 우주 편평도 문제, 그리고 자기 홀극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되어 버렸다.     정신 나간 대학원생의 얼토당토 않은 이론인 줄 알았는데 앨런 구스의 우주 급팽창 이론은 우주의 진화 과정을 아주 잘 설명해 주었다. 지금은 빅뱅 이론과 함께 우주 급팽창 이론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최근에 일단의 한국 과학자들이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해서 난리가 났다. 지금은 세계 여러 연구소에서 검증하고 있다. 초전도체의 성격상 회의적인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혹시 앨런 구스가 찾던 자기 홀극을 발견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우주에 존재하는 힘이 4가지라고 알고 있지만, 어떤 학자들은 다섯 번째 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관측되지 않아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도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고, 블랙홀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학도 나올 것이다.     무엇보다도 상온 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는 수소 핵융합 발전과 함께 우리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백여 년 전에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고 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얘기지만,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는 아주 새로운 미래에의 전야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급팽창 우주 지평선 우주 온도

2024-02-0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초전도체

최근 한국발 초전도체 소동으로 전 세계가 잠깐 시끄러웠다. 전도체란 전기를 전달하는 물질을 말한다. 그런데 전기가 흐를 때 생기는 저항이 전기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는데 그때 생기는 것이 열이다. 그런 열로 인해 가끔 휴대전화나 전기자동차가 불나기도 한다.     전도체 중 은이 가장 전도율이 높아서 은으로 전선을 만들면 송전하는 과정에서 전기의 손실이 비교적 적기는 하지만, 값이 비싸서 전선으로 쓸 수 없다. 비교적 값도 싸고 저항에서 오는 손실도 상대적으로 적은 물질이 바로 구리다.     그런 전도체 중 저항이 거의 없는 꿈의 물질을 초전도체라고 한다. 물론 지금도 초전도 상태를 만들 수 있기는 하지만 극저온이나 초고압에서만 작동할 뿐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국 과학자들이 상온, 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해서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원래 초전도체는 백 년도 넘은 오래 전에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적이 있고, 그 후 비록 아주 낮은 온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작동 온도를 높여 만들어진 까닭에 언젠가는 실온에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초전도체의 제조 과정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고 하니 지금 세계 여러 나라 실험실에서 확인하는 중이다. 아니라는 발표가 중간중간에 있었지만, 만약 사실로 검증된다면 노벨상 수상은 떼놓은 당상이고 전 세계 에너지 질서의 엄청난 지각 변동이 생길 것이다.   만약 한국이 초전도체 전선을 만드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다른 나라로부터 그에 대한 사용료를 받는다면 마치 기름을 팔아서 부자가 된 중동 산유국처럼 될 것이다. 게다가 연관 분야인 핵융합 발전, MRI 같은 첨단 기계, 자기부상 열차 등 모든 분야에 응용되어 마치 불의 발견처럼 세계 역사를 다시 쓸 획기적인 일이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는 대체로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므로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도시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장거리 송전이 필요한데 문제는 효율성이다. 자동차가 달릴 때 공기의 저항을 받는 것처럼 전기도 전선을 흐르는 동안 저항을 받는다. 발전소에서는 만든 전기를 어느 정도 손실을 고려하더라도 목적지에서 필요한 양 만큼 보내기 위해, 보낼 때 전압을 높이고 도착한 후 전압을 낮추는 고압 송전 방식을 사용한다.   만약 어떤 물질에 전기가 흐르는데 저항이 없다면 굳이 전압을 높였다 낮췄다 할 필요도 없고 중간에서 손실되는 만큼 추가로 더 보낼 필요가 없으므로 전기 단가가 아주 낮아지게 된다. 그런 물질을 초전도체라고 하는데 그동안 몇 번 초전도체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경제성이 없어서 실용화는 고사하고 더는 발전이 없었다.   오래 전의 일이다. 무하마드 알리가 권투 시합을 할 때면 여기저기서 내기를 한다. 신기한 것은 권투 전문가들은 틀리지만, 도박사들은 대체로 누가 이길지 맞힌다고 한다. 돈이 걸리면 그 분야의 전문가보다 오히려 도박사가 더 정확했던가 보다.     그런데 이번에는 크게 낭패를 본 곳이 과학계도, 산업계도 아닌 증권가였다고 한다. 초전도체 관련 주식이 폭락하는 바람에 손해 본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한국에서도 빨리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바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초전도체 초전도체 전선 초전도체 관련 전기 단가

2024-02-02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불확정성의 원리

우선 제목만 보고 이 글 읽기를 포기할지 모른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할 일도 많은데 뜬금없이 불확정성의 원리라니,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학문이란 원래 쉬운 지식을 공연히 복잡하고 어렵게 포장해서 우리를 애먹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양자역학이란 엄청난 이론을 떠받치고 있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 정체나 살펴보기로 하자. 알고 나면 참 별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반에 원자를 다루는 미시세계가 밝혀지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원자의 세계에서는 뉴턴의 운동 법칙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구와 달은 물론, 태양계의 모든 행성의 움직임, 나아가서는 우주의 모든 운행에 철석같이 맞아떨어졌던 뉴턴역학이 원자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수소 원자는 양성자가 하나인 핵 주위를 전자가 공전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지구를 중심으로 인공위성이 돌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거시 세계에서는 인공위성의 속도를 높이면 고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속도를 높여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전자는 순간적으로 다른 궤도로 옮아갔다. 유식한 말로 양자 도약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의 위치를 알면 속도가 불분명해지고, 반대로 속도를 파악하고 나면 전자의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소위 고전역학이라고 부르는 뉴턴역학에 익숙한 일반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때 혜성과 같이 나타난 사람이 바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였다. 31살의 젊은 청년이었던 그는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이론으로 원자 세계에서 일어난 이런 이상한 현상을 해결해 버렸고,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하이젠베르크에 따르면 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는 그 속도를 알면 위치를 알 수 없고, 위치를 알면 속도를 알 수 없다. 마치 우리가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볼 수 없는 것처럼 미시세계에서는 전자의 움직임과 속도를 동시에 파악할 수 없었다. 이런 사실을 학문적으로 멋들어지게 표현한 것이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다. 전자의 공전 궤도가 그렇게 멋대로인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 양자역학이고, 전자의 그런 엉뚱한 운동을 대변한 것이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다.   이때 딴지를 건 사람이 바로 고양이 사고실험으로 유명한 슈뢰딩거였다.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이란 신종 엉터리 학문을 어떻게 해서라도 뒤집고 싶어서 고양이 사고실험을 했지만, 그 실험은 오히려 양자역학을 대변하는 실험이 돼버렸고, 파동방정식이란 수학 공식을 만들어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에서 나온 답과 같았다. 같은 현상을 정 반대 각도에서 접근했는데 똑같은 해를 얻었다.   불확정성의 원리 때문에 원자 안에서 전자가 위치한 곳이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고 확률에 의한 전자구름으로 보였다. 구름이 짙으면 그곳에 전자가 있을 확률이 높을 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질량을 가진 전자는 엄연한 입자다. 그런데 일단의 신진 과학자들은 그런 전자도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고 하며 '양자'라는 아예 새로운 이름으로 불렀다. 양자역학이 막 태동하는 순간이었고 이 새로운 이론을 잘 설명한 것이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불확정성 원리 원리 때문 원자 세계 고양이 사고실험

2024-01-2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강력과 약력

태초에 하나였던 힘은 빅뱅으로 우주가 시작하면서 중력, 전자기력, 강력, 그리고 약력 등 4가지로 나뉘게 되었는데 그 중 중력과 전자기력은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지만, 강력과 약력은 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 작용하는 힘이다.     중력이나 전자기력은 평상시 느끼는 것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평소에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이름의 강력과 약력은 일부러 알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강력과 약력이 없었다면 우주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물론 우리 인간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모든 것의 근본이기에 그저 맛이라도 보고 지나치기로 하자.   중학교 물리 시간에 같은 자성이나 전하끼리는 척력이 생겨서 서로 밀친다고 배웠다. 원자핵 속에는 +전기를 띄는 양성자와 전하가 없는 중성자가 들어있다. 원자번호 1번인 수소는 양성자가 하나여서 문제가 없는데, 2번 헬륨부터는 양성자가 두 개 이상이 되므로 물리 법칙에 따라서 두 양성자는 서로 밀친다.     그렇게 서로 싸우면 원자핵을 이룰 수 없으므로 어떤 강한 힘이 전하가 같은 두 개 이상의 양성자가 꼼짝 못 하게 붙잡아 준다. 그렇게 원자핵 속의 양성자를 묶어주는 힘을 강한 핵력이라고 한다. 강한 핵력, 즉 강력이 없다면 원자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원자가 없다면 물질이 있을 수 없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강력은 핵융합을 가능하게 해준다.   얼마 전까지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는 원자를 구성하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였지만, 쿼크라는 더 작은 입자가 발견된 후 현재는 물질의 최하위 기본 단위는 입자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더는 쪼갤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루는 쿼크와 많은 소립자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중성자는 핵 속에서 양성자와 함께 있을 때는 안정적이지만, 중성자 홀로 있을 때는 불안정하여 전자를 방출하면서 양성자로 변하는 방사성 붕괴를 하는데 약력이 이에 관여하며 그때 생긴 힘이 지구 내부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핵분열은 약력이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강력과 약력은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하는 힘이 아니라 원자핵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뉴턴역학에서처럼 눈에 보이는 힘이 아니다. 그래서 강력은 강한 상호 작용, 약력은 약한 상호 작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상에서처럼 약력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힘이고 강력은 핵융합을 일으키는 힘이다. 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 그 4가지 힘을 모두 합쳐보려고 했지만, 전자기력과 강력, 약력은 합칠 수 있어도 거기에 중력까지 섞었더니 영 엉망이 돼버렸다. 중력은 다른 세 힘에 비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혹시 또 다른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 중력을 거스르고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블랙에너지의 존재는 아직은 상상의 단계지만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힘일지도 모른다.     우주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무한한 우주는 너무 넓고 멀고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블 천체망원경이 우주 구석구석을 뒤진 이래로 많은 것이 전문 지식에서 일반 상식 수준으로 변했다. 비록 수박 겉핥기인 줄 알지만, 우주를 이루는 여러 힘 중 강력과 약력을 소개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강력과 약력 강력과 약력 작용 약력 양성자 중성자

2024-01-1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甲辰年 靑龍의 해를 맞아

2024년이 밝았다. 용은 12지신 중 단 하나뿐인 상상 속 동물인데 새해를 맞으며 이 세상의 시작도 상상해 본다.     우주론에서 빅뱅 이론은 이미 대세가 되었다. 빅뱅('꽝!')이란 말조차 라디오 대담프로에 나왔던 반대편의 조롱이었는데 오히려 그 이름으로 굳어졌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는다는 것처럼 과학이란 관찰된 자연현상을 실험하여 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빅뱅은 실험하고 증명할 수 없다.     어쭙잖은 과학 이야기를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필자는 과학자도 아니고 그런 쪽 교육을 받은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관심을 두다 보니 나름대로 상식이 늘어서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없어 보이는 과학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려고 칼럼을 시작했다.     만약 항성과 행성을 혼동하는 사람이나 은하와 우주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칼럼을 읽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의 글에 부정확한 기술이나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그럴 듯이 옮긴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도 그런 여러 문건을 찾아보던 과정에서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소화가 덜 된 덩어리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20세기 초 에드윈 허블이란 천문학자가 윌슨산 천문대에서 놀라운 발견을 했다. 파이프 담배를 물고 영국식 악센트의 훤하게 잘생긴 그는 우리가 속한 은하 말고도 우리 은하 바깥에 무수히 많은 은하가 있다는 외부 은하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아냈다. 나중에, 그런 은하끼리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그 속도까지 측정할 수 있어서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 반대 방향으로 돌렸더니 138억 년 전에 우주의 모든 것은 한 점에서 시작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밀도가 무한대인 그 한 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빅뱅)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방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는 것이 빅뱅 이론이다. 그러나 실험을 할 수 없으니 증명을 해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아직도 이론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     언젠가 누가 이 우주에 지구 말고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별이 또 있는지 물었다. 우선 별은 핵융합으로 빛과 열을 내는 천체이기 때문에 뜨거운 별 위에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은하나 이 우주에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나 위성을 가진 별들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창백한 푸른 점'으로 유명한 칼 세이건은 만약 우주에 인간만이 유일한 생명체라면 하나님은 엄청난 공간을 낭비하신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속한 별이 태양이고 태양이 속한 은하가 우리 은하수인데, 우리 은하에만 약 4천억 개의 태양(별)이 있다고 하며 그런 은하가 수조 개 이상이 모여서 비로소 우주가 된다고 하니 우주의 규모는 인간 기준으로 '무한' 그 자체다.     전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필자는 위에서 밝혔듯이 다른 사람이 평생 이룬 업적이나 이론을 마치 자기 것처럼 소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기술한 모든 과학적 이론, 지식과 상식은 필자의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한 것뿐이다. 혹여 부정확한 수치를 확인도 없이 퍼 나르거나 타인의 이론이나 업적을 제 맘대로 인용한 일이 있어도 크게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 Happy New Year!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청룡 외부 은하 과학적 이론 우리 은하

2024-01-05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수상한 신부님

자신의 정체를 잊은 채 과학 발전에 큰 획을 그은 수상한 신부님 몇 분을 소개한다.     신학 박사학위를 가진 코페르니쿠스는 폴란드의 한 고장에서 대주교를 지냈는데, 그렇게 신부님까지 했던 사람이 감히 지구가 더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코페르니쿠스가 살던 시절에는 세상의 중심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였고, 세상을 다스릴 권한을 위임 받은 피조물이 바로 우리 인간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에워싸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고는 반기독이며 신성모독이었다. 그런데 코페르니쿠스는 유사 이래 변함없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 중심 우주관을 하루 아침에 뒤집었다.     오스트리아의 시골에서 농부의 자녀로 태어난 멘델은 어렸을 적부터 농사일을 하며 자랐다. 그는 나중에 가톨릭 사제가 되었지만, 수도원 뒤뜰에 완두콩을 재배하면서 알아낸 것을 토대로 유전 법칙을 확립했다. 그의 업적은 살았을 때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그가 죽은 후 그가 이룩한 유전 법칙은 다윈의 진화론에 못지않은 과학적인 성과였기 때문에 그는 인류 최초로 유전학을 시작한 과학자로 자리매김하였다.     멘델 신부는 어렸을 적에 했던 농사와 원예 일에 관심이 많아서 뜨락에 과일나무를 심고 더 많은 수확을 위해서 연구했다. 특히 수도원 뜰에서 가꾼 완두콩을 이리저리 교배시켜서 얻은 수많은 잡종을 분석한 결과 유전에는 어떤 원리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유전 법칙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생전에 수도원 동료와 그 지방 사람들에게는 존경 받았던 신부님이었지만, 학계에서는 무시당했다. 조르주 르메트르는 벨기에 태생의 사제로 로마 교황청 과학원장을 지냈고 나중에는 몬시뇰 칭호를 받았다. 몬시뇰이란 가톨릭에서 큰 공적이 있는 신부에게 주는 명예 칭호일 뿐 어떤 지위나 직책은 아니지만, 비록 추기경이나 주교 서품은 받지 않았어도 교회에 공을 세운 교황 직속 사제 정도의 호칭이다.     젊은 르메트르 신부가 그 유명한 솔베이 회의에 참관하러 갔을 때 아버지뻘 되는 아인슈타인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주창한 우주론을 역설했지만, 당시 한창 잘 나가던 아인슈타인의 빈축을 샀다고 한다. 시대의 천재 아인슈타인은 우주는 영원불변이라고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젊은 천주교 신부가 우주는 큰 폭발로 생겨났으며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말에 화를 냈다. 르메트르 신부는 태초에 우주는 부피가 거의 없는 원시 원자가 폭발해서 생겼으며 그 후 계속해서 팽창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러시아 출신의 술주정뱅이 천문학자 가모프가 그의 이론을 지지했지만, 르메트르의 생각이 워낙 진취적이어서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오죽하면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한 사람이 라디오 대담 프로에 나와서 우주가 '꽝' 하는 폭발로 시작했다더라는 비아냥으로 그의 이론은 '빅뱅(Big Bang)'이라는 우스갯소리로 전락했다.    르메트르 신부는 은퇴 후 요양 병원 신세를 지던 중에 벨 연구소 전기 기술자가 인공위성 수신 안테나를 정비하던 중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하는 바람에 그의 빅뱅 이론은 현재 천체물리학의 대세가 되었다. 임종을 앞둔 르메트르 신부는 자기의 이론이 증명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자신의 믿음을 지키면서 그런 훌륭한 공적을 남기신 수상한 세 분 신부님께 경의를 표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수상 신부 르메트르 신부 천주교 신부 멘델 신부

2023-12-22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뉴턴의 사과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과를 꼽자면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 그리고 애플 컴퓨터의 사과 등이다. 그 중에서도 역사상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과는 바로 아이작 뉴턴의 사과다.     전염병이 돌아서 학교를 떠나 고향에 내려온 뉴턴은 어느 날 우연히 나뭇가지에 매달렸던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갑자기 바보스러운 생각을 했다. 줄기에서 끊어진 사과는 왜 하늘로 치솟지 않고 땅 쪽으로 떨어지는지 궁금했던 뉴턴은 평소 엉뚱한 짓을 참 많이 하고 살았다.     달걀을 삶으려고 끓는 물 속에 회중시계를 넣은 것도 모자라서 이번에는 부엌에서 바깥으로 통하는 문에 큰 구멍, 그리고 그 옆에 작은 구멍을 나란히 냈다. 당시 뉴턴은 개 두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한 마리는 덩치가 컸고 다른 한 마리는 작은 강아지였다. 개들이 들어 오겠다고 문짝을 긁어 대고, 또 나가려고 문을 열어 달라고 보채서 열심히 만유인력을 연구하는 데 방해가 되었던 참에 개들 마음대로 들어오고 나갈 수 있도록 구멍을 두 개 내주었다.     하녀 생각에는 큰 구멍 하나만 내도 작은 강아지까지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데 왜 구태여 구멍을 두 개씩이나 내주었는지 이상했다. 하녀는 그런 머리에서 나올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것은 하등 쓸 데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녀의 걱정대로 뉴턴은 만유인력의 존재는 규명했지만, 그 힘이 어디서 왜 생기는지는 알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아인슈타인이 등장할 때까지 수많은 물리학자가 중력이 어떻게 생긴 힘인지도 모르면서 중력을 이용하여 천체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예측할 수 있었다. 뉴턴은 세계적인 명사가 되었으며 감히 뉴턴에게 대드는 일은 스스로 과학자이기를 포기한 무모한 경우였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달랐다.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지구가 사과를 잡아당기는 힘이 아니라 거대한 질량을 가진 지구가 시공간을 짓누르기 때문에 생긴 경사면에 사과가 붙잡혔기 때문이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이불 소창을 펴서 한쪽 두 귀는 시어머니가 붙잡고 반대쪽 두 귀는 며느리가 붙잡아 팽팽히 당기고 있는데 곁에서 놀고 있던 어린 손자가 농구공을 팽팽히 펴진 소창 위에 던졌다. 농구공의 무게 때문에 이불 소창은 아래로 불룩 배가 나오게 된다. 재미가 들린 손자가 이번에는 탁구공을 그 위에 던졌다. 탁구공은 농구공이 만든 경사면을 따라 빙글빙글 돈다. 만약 공기의 저항과 소창 면에서 발생하는 마찰이 없다면 탁구공은 경사면을 따라 영원히 돌 것이다. 여기서 농구공을 태양으로, 탁구공을 지구로 바꾸면 지구는 진공이어서 저항이 없는 태양 주위를 끝없이 공전할 것이다. 뉴턴은 태양의 중력이 지구를 붙잡아서 그 주위를 공전시킨다고 생각했지만, 아인슈타인은 태양의 질량이 만든 공간의 왜곡에 지구가 붙잡혔다고 보았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달리 이해했다.   우리는 사과를 보면 먹음직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뉴턴의 만유인력을 떠올린다. 그만큼 뉴턴의 사과는 우리 인류의 사고 자체를 바꿔놓았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잠든 뉴턴의 묘비명을 소개한다.     '자연의 법칙은 밤의 어둠 속에 감춰져 있었다. 신이 "뉴턴이여 있어라!"라고 말씀하시자 모든 것이 밝아졌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사과 사과 세잔 사과 뉴턴 하녀 생각

2023-12-15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은 일반적으로 실험실에서 도구를 사용해서 한다. 그런데 실험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과학기술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험실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서 실험해 보기도 하는데 그런 것을 사고실험이라고 한다.     갈릴레이 이전까지는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것보다 당연히 더 빨리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갈릴레이는 사고실험을 통해서 만약 공기 저항이 없다면 물체의 낙하 속도는 그 무게와 관계가 없다고 했다.     물체의 운동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자유낙하인데 갈릴레이는 낙하 속도는 그 물체의 무게와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중력가속도일 것으로 생각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아직도 시간은 절대적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시간은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했다. 바로 특수상대성 현상인데 그는 논문 마지막에 시계 두 개를 하나는 적도 근방에, 다른 하나는 극지방에 놓는 가정을 했다.     그 후 퀴리 부인의 불륜남으로 유명세를 치른 폴 랑주뱅이 쌍둥이 역설이라는 사고실험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쌍둥이 중 한 사람은 지구에 있고 다른 한 사람이 빛에 가까운 속도로 어떤 행성에 다녀 왔을 때 겪는 시간상의 혼동이다. 물론 우주선이 빛과 같은 속도로 날 수도 없고, 또 수십 년 여행을 한 후에 서로의 나이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사고실험을 했다.   에르빈 슈뢰딩거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상 속 상자를 준비하고 그 안에 고양이를 넣고 방사성 물질이 감지될 때 연동된 망치가 독성물질이 든 병을 깨서 고양이를 죽이는 장치를 고안했다.     그는 고양이가 죽었을지 살았을지는 양자역학적으로 따지면 중첩되어 있다고 비꼬았다. 생명이 살아있기도 하고 죽어 있기도 한 상태는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서 결과적으로 양자역학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을 밝혀내려고 고안한 사고실험이었다.   하지만 그의 사고실험은 오히려 양자 중첩 현상을 너무 잘 설명했다. 사실 양자역학의 시동을 건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지만, 그도 전면에 나서서 양자역학을 비판했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전자는 태양계의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것처럼 원자핵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핵 주위 어떤 곳에 분포할 확률이 90% 정도 되면 그곳이 전자구름의 위치라고 하자, 아인슈타인은 과학이란 어떤 확실한 결론을 내는 학문이지 주사위 놀이처럼 확률로 따질 수 없다는 것을 비꼰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하늘에 있는 달이 초승달인지 아닌지는 관찰을 한 후에 비로소 알 수 있다는 말을 듣자, '그러면 관찰하기 전에는 하늘에 달이 없다는 말이냐?'라고 역정을 냈다는 일화도 있다. 고전물리학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관찰하든 안 하든 하늘에는 항상 달이 있지만,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하늘에 달이 있을 확률도 99.99~99%일 뿐이기 때문이다.   상자 속 고양이가 죽었을지 살았을지는 열어 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뚜껑을 열었을 때 죽은 고양이가 나오면 고양이가 죽을 확률이 100%가 되는 것이고, 살아있는 고양이가 '야옹' 하고 나오면 살았을 확률이 100%가 된다. 그전까지는 고양이의 생과 사가 중첩된 상태라는 것이 양자역학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슈뢰딩거 고양이 에르빈 슈뢰딩거 사실 양자역학 낙하 속도

2023-12-0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칼 세이건

과학은 실험을 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천문학은 관찰할 대상이 너무 방대하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결과를 알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도 과학이라기보다 오히려 철학의 범주에 들었다. 그러다가 천체망원경이 발명되고 관찰된 자료가 모이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과학적인 학문이 되었고,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철학에서 완전히 벗어나 어엿한 자연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워낙 큰 것을 다루다 보니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칼 세이건은 그런 어렵고 재미없는 천문학을 누구나 좋아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소개했다. 1980년에 나온 '코스모스'라는 다큐멘터리 TV 프로그램은 60여 국가에서 방영되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업적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과학의 대중화다.     칼 세이건의 부모는 미국에 이민 온 우크라이나 출신의 유대인이었지만, 그는 유대교에 치우치지 않고 오히려 불가지론자였다. 마치 프랑스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외모 덕에 평생 세 번 결혼했고, 코넬 대학교에서 후진을 가르쳤으며, 다수의 NASA 탐사선 계획에도 참여했다. 그는 소설 작가이기도 했는데 그의 작품 '콘택트'는 나중에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는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되기를 학수고대했는데 그가 죽은 다음 해에 개봉된 동명의 영화 '콘택트'는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평소 외계 지적생명체의 존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SETI(외계 지적생명체 탐사)에 깊이 참여하였고 그런 주제로 쓴 작품이 ‘콘택트’였다.     그의 책 제목이기도 한 '창백한 푸른 점'은 우리 지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칼 세이건이 참여한 보이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보이저 1호가 지구에서 약 61억km 떨어진 곳을 날고 있던 1990년, 갑자기 그가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서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잘못하면 강한 태양 광선 때문에 섬세한 광학 기계가 망가질 수도 있어서 반대가 심했지만, 그가 고집을 부려서 결국 사진을 찍어서 지구로 전송했다. 수성과 화성은 빠졌지만 마침 지구를 포함해서 태양계의 여섯 행성을 한꺼번에 앵글에 담을 수 있었는데 나중에 사람들은 이 이미지를 가족사진이라고 불렀다.     당시 보이저 1호는 지금은 왜소행성으로 분류된 명왕성 궤도를 막 지나치는 순간으로 아직 태양계도 빠져나가지 못한 때였지만, 그런데도 지구는 아주 조그만 점으로 보였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창백한 푸른 점’에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호에는 칼 세이건이 제안해서 만든 골든 레코드라는 것이 실려있었는데 이 음반의 원이름은 THE SOUNDS OF EARTH(지구의 소리)다.     구리로 만든 12인치 LP판으로 표면에 금박을 입혔기 때문에 골든 레코드라고 불린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을 포함해서 지구상에서 사용하는 55개국 언어의 인사말이 녹음되어 있고 인류의 모든 것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외계에 존재할지 모르는 지적 생명체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칼 세이건은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보이저호는 지금도 영원 속으로 날고 있고 그의 천문학 분야에 대한 업적은 아무리 얘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세이건 외계 지적생명체 보이저 계획 과학 기술

2023-12-0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성자별

밤하늘에 반짝이는 것이라고 모두 별은 아니다. 우주에서 본 파란 지구나 그 형제 행성들, 그리고 쟁반같이 밝은 보름달, 꼬리가 달린 혜성이나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은 별이 아니다. 별이란 핵융합을 하여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를 말하며 별의 종류로는 지금 우리 태양 단계인 주계열성이 있고, 그러다 원료가 떨어지면 그 행성의 무게에 따라 적색 거성이 되었다가 백색 왜성으로 끝나기도 하고, 어떤 별은 초신성폭발 후 중성자별이 되기도 하며, 훨씬 덩치가 컸던 별은 블랙홀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중성자별이란 원료인 수소가 다 떨어져 수명을 다한 별이 초신성폭발 후 자체 중력수축으로 조그만 핵만 남게 되는데 그 핵을 이루는 물질이 중성자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1932년 원자핵 속에서 양성자의 무게와 거의 같은 중성자가 발견되었는데 그 후 채 몇 년 되지 않아 그런 중성자로만 이루어진 천체의 존재를 예측하기는 했지만,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찾기를 포기했다.     그러다 1967년 우주에서 오는 전파 신호가 잡혔는데 너무 규칙적이어서 그것이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낸 신호라고 생각했다. 연구 결과 그 신호는 매우 강한 자기장을 갖고 무척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중성자별이 발산하는 것이라고 밝혀졌는데 특히 그런 중성자별을 펄서(Pulsar)라고 한다. 중성자별은 전자기파를 방출하므로 전파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다. 대체로 중성자별의 질량은 우리 태양보다 조금 큰 편이지만 의외로 지름이 20km 정도에 불과하므로 그 중력이 엄청나게 강하다.     중성자란 전자와 양성자가 합쳐진 전하가 없는 물질인데 초신성폭발로 인해 원자핵 속의 양성자가 전자와 합쳐져 중성자로만 된 천체를 중성자별이라고 한다. 중성자별은 밀도가 높아질수록 자기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점점 작아져서 임계점이 넘으면 가장 작은 기본입자로 붕괴하여 블랙홀이 된다.     그래도 중성자별에서는 빛이 탈출할 수 있어서 우리 눈에 보이지만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해서 보이지 않는다. 태양 질량의 8~30배 정도 되는 큰 별이 생을 마감할 때 중성자별이 되지만, 그보다 큰 슈퍼 사이즈 별은 초신성폭발 과정을 거친 후 블랙홀이 된다.   원자는 중앙에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공전하는 구조다. 만약 원자가 잠실 대운동장만 하다고 상상하면, 겨우 탁구공 크기의 원자핵은 운동장 한복판에 위치한다. 그 탁구공 속에 같은 개수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들어있고, 좁쌀 크기 정도의 전자는 관중석 가장자리쯤에서 운동장 중앙에 놓인 탁구공을 공전하는 모습이다. 탁구공으로 묘사된 원자핵 속의 양성자끼리는 같은 +전하를 가져 서로 밀치지만 강한 핵력으로 묶여 있고, 전자가 그 멀리서도 가운데 탁구공인 핵 주위를 빙빙 돌 수 있는 이유는 전자기력 때문이다. 그런데 그 큰 잠실운동장에서 원자핵인 탁구공과 좁쌀 크기의 전자를 빼면 나머지는 텅텅 빈 진공이다. 그래서 초신성폭발로 원자의 공간을 모두 잃고 원자 속의 양성자와 전자가 합쳐져서 중성자가 되면 그 크기가 엄청나게 줄어들어서 중성자별에서 성냥갑 크기면 지구에서 약 50억 톤 정도 된다고 한다.   중성자별은 온도가 아주 높고 고속으로 회전하며 중력도 엄청 센데 우주에서 블랙홀에 버금가는 신비로운 천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성자별 원자핵인 탁구공과 탁구공 크기 초신성폭발 과정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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